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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배챌린지] (소설) 어떤 설날 이야기

2021.02.16 조회 수 275 추천 수 7

 유리창이 없는 빈 창문으로 서서히 떠오르는 햇살 한 줄기가 스며들어왔다.


꼬끼오-!


 "으으, 저 놈의 닭... 대체 저거 어디서 우는 거지?"


 아직 쌀쌀한 아침 공기에 이불 속에서 뒤척이던 스티브는 멀리서 들려오는 닭 소리를 듣고 부시시 몸을 일으켰다.

 멍하게 뜬 그의 눈동자에 창틀에 낀 거미줄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

 치워야 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벌써 며칠 째, 그는 쉽사리 집 안에 낀 거미줄을 치우지도 못 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미 집안을 넘어 마을 곳곳을 점령하고 있는 저 거미줄은 심지어 잘 떨어지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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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에 집어삼켜진 채 방치된 마을.

 돌화로에 바짝 구워놨던 돼지고기를 씹으며 멍하니 앉아있던 스티브는 창 밖으로 보이는 폐허의 풍경에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한 달이 넘도록 정리하고, 또 정리했지만 그럼에도 마을은 좀처럼 예전의 모습을 되찾지 못 하고 있었다.


 이 곳이 그저 지금까지 처럼 잠시 머물다 갈 곳이었다면 아마 주변을 정리하는 일은 하루도 아닌 반나절이면 끝나고도 남을 터.

 그러나 스티브는 굳이 망가져버린 공동텃밭을 보수하고, 횃불이 사라진 마을 가로등에 다시 횃불을 만들어 고정시키는 등 꽤 공을 들여 이 유령 도시를 재정비하고 있었다.


 집집마다 문짝은 물론 마룻바닥과 나무벽까지 어느 것 하나 성하지 않은 마을이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렇게까지 묵묵히 마을을 정리하고 있는 이유는 딱 하나, 이 곳이 그가 나고 자란 고향이기 때문이었다.


 "어, 참. 아버지 식사 챙겨드리는 걸 잊고 있었네."


 대충 식사를 마치고 바깥으로 나가려던 스티브는 방향을 틀어 윗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갔다.

 말이 2층집이지, 실상은 협소하게 대충 지어진 간이 숙소였던터라 그가 창고로 쓰고 있는 2층은 곧 그가 몸을 누이는 숙소이기도 했다.


 끼익, 탁!


 계단 옆으로 바짝 붙은 침대를 지나쳐 구석에 이리저리 쌓아둔 상자들 앞에 선 그가 제일 커다란 상자 하나를 열었다. 하지만 상자의 크기에 비해 안에 들어있는 물품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큼지막한 돼지고기 몇 덩어리와 잘 손질되어 있는 생닭이 세 마리. 딱딱하게 굳어버린 빵. 그리고 사과 다섯 알과 한 줌 가량의 밀이 상자 안에 들어있는 식료품의 전부.

 이게 언제 잡은 돼지였더라? 돼지고기의 색을 살피며 신선도를 가늠하던 그는 고개를 저으며 그 옆에 놓아둔 닭고기를 하나, 아니 두 개 꺼내들었다.


 "조만간에 사냥이라도 한 번 다녀와야 겠어."


 돼지고기는 상하지만 않으면 언제든 훈연기나 화롯불에 육포를 만들어 저장식품으로 만들어둘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불에 구워진 고기가 아닌 도축한 지 얼마 안 된 신선한 날고기.

 양 손에 닭고기를 든 스티브는 마을 주변의 지리를 머릿속으로 더듬어보며 마을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갔다.

 종루를 지나 비탈길의 마을 텃밭을 옆으로 끼고 돌면 나오는 커다란 나무그늘과, 그 뒷편에 세워져있는 작은 집.

 한밤중에 눈 감고도 훤히 찾아갈 수 있을 만큼 익숙한 그의 고향집에는 지금, 그의 나이드신 아버지가 홀로 살고 계셨다.


 "아버지, 저 왔어요."

 "그르르윽? 캬악!"


 깔끔하게 문이 뜯겨져나간 휑한 입구 앞에서 말을 붙이자 돌아오는 건 다정한 대답이 아닌 괴이한 울음소리.

 스티브는 조심스레 닭고기를 앞으로 향한 채 문간으로 다가섰다. 그러자 꺼져내려간 마룻바닥에 갇힌 푸르죽죽한 피부의 좀비 하나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그를 향해 이를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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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식사 하셔야죠."


 자신을 노려보는 좀비에게 말을 건넨 그가 손에 든 닭고기를 좀비 앞으로 집어 던졌다.


 쿵.


바닥에 떨어진 닭고기에서 풍겨온 피 냄새에 좀비의 관심이 금새 그가 아닌 닭고기에게로 향했다.

 스티브는 다른 손에 든 닭고기 하나도 마저 좀비 옆으로 던져둔 뒤 곧장 뒤로 돌아나와 집 앞 마당에서 좀비를 지켜보았다. 정신없이 살점을 뜯어먹고 있는 좀비를 응시하는 그의 눈가에 이윽고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불행이라고 해야 할까.


 닷새 전. 자신이 떠나왔던 고향으로 되돌아온 그는 완전히 폐허가 되버린 마을의 모습에 머릿속이 아찔해져 그만 제 자리에 주저앉을 뻔 했다.

 녹슬고 금이 간 채로 방치되있는 마을 경보종의 모습은 그저 시작이었을 뿐.

 마을 내의 건물들은 하나같이 지붕이 무너지거나 벽이 허물어진 채로 성한 곳이 거의 없었고, 심지어 몇몇 집들 안에는 말라붙은 핏자국들이 흩뿌려져 있어서 이 곳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짐작케 했다.

 이렇게 되버린 지가 벌써 오래 전의 일이었던 걸까. 문짝이 부서져나간 집들마다 깨진 벽틈과 창틀에 붙은 새하얀 거미줄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니야, 아닐거야... 스티브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마을의 모든 집 안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다.

 혹시라도 살아서 도망친 누군가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봐서. 그리고 혹시나... 그 도망친 이들 중에 자신의 아버지가 있을까 싶어서.


 그르륵!


 모든 집을 다 살펴 본 그가 가장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자신이 나고 자란 언덕 위의 집이었다.

 일부러 마지막까지 미루고 미루다 들어간 제 집에서 스티브는 어둠 속에 묻힌 새빨간 눈 한 쌍이 자신을 올려다보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좀비? 반사적으로 철검을 꼭 쥔 채 횃불을 들어올린 그는 그러나, 차마 집 안의 불청객을 베어낼 수가 없었다.


 '아, 아버지?'


 검을 내린 그의 시선에 아버지의 모습을 한 좀비가 눈에 들어왔다.

 특유의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녹색 피부, 그리고 반쯤 넝마가 된 옷차림은 누가 보더라도 빼도박도 못 할 좀비 그 자체였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그 얼굴은 자신이 오랫동안 보고 살아 온 그의 아버지였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문도 없는 집 안에 좀비가 홀로 나오지도 못 하고 줄곧 갇혀 있었던 것일까.

 주변을 살펴본 스티브는 이내 좀비가 서 있는 마룻바닥이 이상할 정도로 깊이 파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덕분에 제 허리 높이까지 바닥으로 가라앉은 좀비는 그 자리에 오래 갇혀있었던 탓인지 얼굴이 안쓰러울 정도로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스티브는 매고 있던 가방 안을 뒤적여 오면서 잡았었던 돼지고기 몇 점을 꺼내 좀비에게 던져 주었다.

 다행히 좀비는 날것이기만 하면 눈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고기가 아니어도 그닥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는 듯 했다.


 그렇게 가장 상태가 괜찮은 집 하나를 거처삼아 좀비에게 고기를 먹여가며 마을을 보수해온 지가 벌써 한 달.

 좀비에게도 지성이 남아있기는 한 건지, 그의 아버지는 이젠 아들이 근처에 다가와도 예전처럼 죽일듯이 날뛰지 않고 그저 그의 손을 힐끔거리며 괴성을 내뱉을 뿐이었다.

 여전히 그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리는 건 좀비들 특유의 본성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스티브는 이 작은 변화까지도 감사히 여기면서 조금이나마 희망을 품어보고 있었다.


 "아버지. 알고 계실진 모르겠지만, 오늘이 벌써 새해네요."


 살코기를 먹느라 여전히 정신이 없는 좀비를 향해 스티브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좀비가 되버린 그의 아버지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티브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이맘때쯤 되면 아버진 항상 세배 끝나면 슬슬 내년 농사 준비하자고 그러시곤 하셨잖아요. 밀싹이랑 괭이랑 다 준비해 뒀고, 이제 아버지만 돌아오시면 되겠네요."

 "우어어... 크아악!"

 "일단은 절 부터 드릴께요, 아버지. 올해 가기 전에 제가 꼭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 드릴께요. 반드시. "


 언제나처럼 결심을 굳게 다지며 스티브는 멀찍이 보이는 그의 아버지를 향해 큰절을 올렸다.

 아들이 가져다 준 고개를 다 먹어치운 좀비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는 듯 했지만, 정작 앞마당에서 자신을 향해 절을 올리는 제 아들을 알아보진 못 했다.

 스티브는 곧장 몸을 일으키지 못한 채 한참동안 그렇게 흙바닥 위에 엎드려 있었다.

 다부진 그의 어깨가 맑은 햇살 아래 고요히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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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톡 톡 톡, 탁!


 좁고 서늘한 지하 갱도 안에 돌 캐는 소리가 일정한 박자로 울려퍼졌다.

 벽에 박아놓은 횃불의 불빛도 곡괭이 소리에 맞춰 일렁일렁.


 "으, 조금 쉬어야 겠다."


 한참동안 곡괭이질만 반복하던 스티브는 슬슬 아파오는 팔을 주무르며 근처에 남겨둔 바위 위에 걸터앉았다.

 간이 배낭에서 물병을 꺼내는 동안 손이 주체할 수 없이 부들부들 떨려왔지만, 그는 묵묵히 물을 마시고 가져온 육포 한 점을 입 안으로 밀어넣을 뿐이었다.

 그가 광질을 쉰 시간은 정확히 10분 남짓.

 다시 곡괭이를 잡고 일어선 그는 이따금씩 손을 멈추고 갱도의 적막을 향해 귀를 기울이곤 했다.


 "찾았다!"


 견고한 돌 너머에서 희미하게 들려온 달그락 하는 소리에 미소를 지은 그가 소리가 난 쪽으로 곡괭이를 휘둘러대었다.

 제발 이번에는 동굴이 아닌 폐광이기를. 빠른 속도로 광질을 이어가는 그의 마음 속에 한 자락 간절함이 피어올랐다.



 '저기 저 산을 넘어서 북쪽으로 쭉 올라가면 온통 눈만 가득한 설원이 있어. 내가 그 오두막을 본 건 그 설원의 어딘가였지.'


 고향을 떠나 세상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던 지난날. 스티브는 어느 타이가 숲의 마을에서 자칭 은퇴한 모험가라는 한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을 알렉스라고 소개한 그는 꽤나 자유분방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가령 덥수룩하게 자란 긴 머리를 여자들마냥 끈으로 묶고 다닌다던가, 은퇴했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옷차림은 여느 모험가들 마냥 가볍고 단촐하게 차려입고 다닌다던가.


 스티브는 한동안 그의 집에 머물며 몬스터들을 효율적으로 사냥하는 방법을 전수받았었다.

 수업료는 매일매일 그날의 세 끼 식사를 담당하는 것.

 생존에 중요한 기술을 전수 받는 것 치고는 뙈나 가벼운 댓가였지만 알렉스는 그저 그거면 충분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모험을 다닐때는 몰랐는데, 은퇴해서 안정적인 곳에 정착하고 나니 요리를 포함한 모든 집안일들이 하기 귀찮아 졌다나.


 이른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몬스터 사냥을 나가기 전까지.

 그 잠시 동안의 휴식 시간마다 알렉스는 자신이 보고 들은 여러 이야기들을 그에게 말해주곤 했다.

 가령 멀리 떨어진 어딘가의 사막에서 발견한 함정과 보물이 가득한 피라미드 이야기라던지, 아니면 전설처럼 전해진다는 깊은 바다 속 가라앉은 신전에 대한 이야기라던지.


 하지만 그가 해준 이런저런 이야기들 중에서도 가장 괴이하고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바로 설원에서 마주한 한 오두막에 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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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통 눈을 뭉쳐서 지어진 돔 형태의 오두막인데도 신기하게도 속에 불을 피워도 눈이 녹지도 않고, 도리어 그 안이 따뜻했다는 그 곳.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말했던 '눈 오두막'은 북부 설원에서 '이글루'라고 불리는 꽤나 흔한 건축물 중 하나였다.


 '가뜩이나 들고 있던 무기도 날이 다 나갔는데, 해는 거의 다 졌고. 땅이라도 파고 들어가야 되나 싶었던 차에 멀리 뭔가가 보여서 다가가보니 웬 눈으로 지은 집이 한 채가 딱 있는거야. 수상쩍긴 했지만 별 수 있어? 일단 밤이라도 지내고 보자, 라는 생각으로 안에 들어가봤지.'


 눈 오두막, '이글루' 안은 누가 살다가 떠나간 양 작업대나 화로, 그리고 폭신한 양털 침대 하나가 얇은 먼지 한 겹을 뒤집어 쓴 채 방치되어 있었다.

 화로를 발견한 그는 우선 화로에 불을 지핀 뒤 침대 위 이불 안으로 몸을 던졌고. 그렇게 이글루 안이 온기로 가득 찰 때 까지 이불 속에서 쉬고 있던 그는 문득 바닥을 내려다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설원 위에 지어진 집이다보니 오두막 바닥에 무슨 촘촘히 짠 양탄자를 빈틈없이 두텁게 깔아 놨더라고? 아무래도 냉기가 올라오는 걸 막으려고 했던 모양인데... 문제는 그 아래에서 자꾸만 몬스터 소리가 가까이 울리고 있었던 거야. 아무리 땅 밑에 바로 동굴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과연 몬스터가 사는 동굴 바로 위에 집을 지을만큼 대담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소리를 따라 벽 아래쪽 양탄자 하나를 뒤집어 본 알렉스가 발견한 건 웬 다락문 하나와 밑으로 내려가는 사다리.

 사다리를 타고 내려간 이글루의 지하. 그 곳에서 알렉스가 본 것은 이야기를 듣는 스티브가 상상하기에도 끔찍한 그런 광경이었다.


 '스티브, 내가 저번에 깊은 삼림의 대저택에 대해 얘기해줬던 거 기억 나? 거기서 내가 본 것들도 기이했지만, 오두막 지하에서 내가 봤던 것도 아마 최소한 그 정도 급은 될 거야. 세상에, 사람을 강제로 좀비로 만들고놓곤 그걸 다시 사람으로 되돌리는 실험을 하는 지하실이라니!'


 알렉스의 말에 의하면 석재 벽돌로 된 지하실 한쪽 벽면은 사람 한 명 들어가 있기에도 비좁을 법 한 감옥이 두 개 설치되어 있었고. 그 중 하나엔 좀비가, 다른 하나에는 오래 전에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해골 한 구가 갇혀 있었다고 했다.

 연구실의 주인이 돌아오지 않은 지가 하루 이틀이 아니었던 듯, 좀비 또한 비쩍 말라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듯 한 그런 상태.

 연구실의 다른 벽에는 나무로 된 테이블 위에 포션을 정제하는 데 쓰인 듯 한 증류기와 물약, 그리고 말라 죽은 식물이 담긴 화분이 몇 개.

 그리고 반대쪽 벽 아래의 상자 속에선 연구의 실패작으로 보이는 잡동사니 몇 개와 함께 눈을 의심케 하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고 알렉스는 회상했다.


 '모든 병을 고쳐준다는 황금 사과에 대해 들어봤어? 그 때까지 난 그게 전설에나 나오는 물건 이라고만 생각했지, 진짜로 있을거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 지금이야 가끔 오래된 지하 폐광의 카트 수레들을 뒤지다 보면 황금 사과가 낮은 확률로 발견된다는 것 쯤은 알고 있지만, 그 때는 진짜 그런 게 있는 줄 몰랐다고.'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사과와 증류기에 비치된 투척용 나약함의 포션.

 그 두 가지 물건과 좀비의 연관성을 찾던 알렉스는 고민 끝에 머릿속에 떠오른 답을 시행해 보기로 했다고 했다.


 '난 포션을 좀비에게 던지고 효력이 나타날 때 까지 기다렸어. 나약해지는 효과의 포션을 투척용으로 만들었다면 그건 당연히 몬스터에게 쓰라는 뜻 아니겠어? 그리고는 좀비가 잔잔해지자마자 다가가서 목구멍에 황금 사과를 쑤셔 박아줬지. 가져가서 팔면 돈은 벌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어. 만약... 이게 정말 좀비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대단한 발견인 거잖아?'


 알렉스의 추측대로 황금 사과를 먹은 좀비는 조금의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사람으로 되돌아왔다고 했다.

 철창에서 풀려난 그는 자신이 좀비가 된 이후의 일을 전혀 기억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고 했다. 더불어 누가 자신을 가뒀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신이 좀비가 되었었는지 까지도.


 혹시나 집 주인이 돌아올까 뜬 눈으로 밤을 지샌 두 사람이 새벽 빛이 밝자마자 부리나케 이글루를 탈출했다는 결말로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마친 알렉스는 사냥을 나서기 전, 진지한 표정으로 스티브에게 강조하듯 말했었다.


 '잊지 마, 스티브. 나약함의 포션을 투척한 뒤에 황금 사과를 먹이는 거야. 혹시라도 기억해두면 나중에 너도 누군가를 저 지긋지긋한 좀비 병으로부터 구원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만약 네 수중에 황금 사과가 하나라도 있다면 말이지.'



 "나약함의 포션과 황금 사과."


 아버지의 상태를 확인한 그가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은 마을의 유일한 성직자였던 군터 씨의 집이었다.

 다행히 다른 성직자들의 집 처럼 군터 씨네 집에도 포션 증류기와 레시피 북은 안전한 곳에 무사히 보관되어 있었고, 비록 조금 낡아있긴 했어도 작동하는 덴 그리 큰 문제가 없었다.

 레시피 북을 확인한 스티브는 며칠에 걸친 사냥과 탐색 끝에 적절한 재료를 구해 간신히 투척용 나약함의 포션 한 개를 제조해낼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아버지의 병을 고쳐 줄 황금사과 뿐. 하지만 사과를 구하기 위해선 우선 커다란 폐광을 찾는 것이 우선이기에 스티브는 매일매일 땅 밑을 파헤치며 절실히 폐광이 나오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알렉스의 가르침 덕분에 지하에서 몬스터가 있는 곳을 찾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렇게 찾아간 곳이 그가 찾는 폐광이 될 지, 아니면 그저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굴이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톡, 톡, 콰직!


 "이런, 또 부러졌네."


 날이 무뎌져서 부러져버린 철 곡괭이를 망설임 없이 등 뒤로 집어 던지고, 스티브는 즉석에서 조합대를 펼쳐 새로운 철 곡괭이를 만들어 들었다.

 이제 조금만 더 파면 소리가 나는 지점이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톡, 톡, 우르르!


 공간을 가로막고 있던 암석이 무너지자마자 스티브는 벽에 걸어두었던 횃불을 쥐고 어둠 속으로 조심스레 걸어나갔다.

 멀리서 박쥐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축축하게 젖은 흙 냄새와 함께...


 "...나무 냄새?"


 옅게 남아있는 화약 냄새와 젖은 나무 냄새를 맡은 스티브의 표정이 환하게 피어났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도달하게 된 폐광은 그의 바램대로 꽤나 넓고 컸다.

 스티브는 가방 속에서 광질을 하다 캐게 된 레드스톤 가루들을 한 주먹 꺼내 쥐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폐광은 길이 이리저리 꼬여있는 데다 공간도 넓기 때문에 길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자신이 걸었던 길을 표시하며 걷는 것이 길을 잃지 않는 유일한 방법.

 다행히 레드스톤 가루는 뭉쳐서 작은 집을 한 채 짓고도 남을 만큼 넉넉했고, 새빨갛게 그의 등 뒤로 이어지는 붉은 가루는 횃불의 빛을 받으면 눈에 띄게 반짝였다.

 한참을 그렇게 앞으로 걸어가던 그의 눈에, 이윽고 고대하던 것이 들어온 건 그로부터 거의 한 시간 뒤 즈음이었다.


 "제발..."


 횃불도, 레드스톤 가루도 모두 바닥으로 내려놓은 스티브가 두 손을 모아 간곡히 기도하며 수레에 실린 나무 상자를 조심스레 열었다.


 "젠장."


 그러나 안에 든 것들을 확인한 그는 한숨을 쉬며 상자 뚜껑을 다시 닫아버렸다.

 들여다 본 상자 속에 보인 물건들은 온통 칙칙한 회색.

 얼핏 푸르게 빛나는 무언가를 여분의 레일 부품들 사이에서 본 것도 같았지만, 분명 그 안에 금색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상자를 찾아봐야 되려나?"


 실망한 그는 그대로 발걸음을 옮겨 폐광 탐색을 계속하려다 도로 상자 앞으로 돌아와 안에 든 물건들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레일 부품들은 꽝이었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분명 큼지막한 다이아몬드를 몇 개 본 것 같았다.


 "가공해서 곡괭이를 만들면 더 오래 쓸 순 있겠지."


 언젠가 다이아몬드로 만든 검을 빌려 써 본 기억을 떠올린 그가 상자 속으로 깊이 손을 집어 넣었다.

 하지만 그의 손에 잡힌 동그란 물건은 분명 광물이라기엔 그리 단단하지 않은 무언가였다.

 어라? 이상함을 느낀 스티브는 그대로 손에 쥔 것을 상자 밖으로 꺼내보았다. 그러자 지금껏 레일 부품들에 가리워져 보이지 않던 또 다른 물건이 그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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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어어?"


 횃불의 빛에 비치어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의 사과.

 스티브는 다른 손에 든 횃불을 내려놓고 빈 손으로 자신의 눈을 쓱쓱 비볐다. 그러나 그의 손에 잡혀 있는 건 정말로 황금 사과였다. 그것도 마치, 알렉스가 묘사해준 것과 똑같은 모습의.


 "저, 정말로 황금 사과야? 진짜?"


 가슴 깊이 벅차오르는 감정에 스티브는 눈물을 흘리며 손에 쥔 황금 사과를 쓰다듬고, 또 어루만졌다.

 그의 눈 앞에 좀비가 된 아버지와, 마을을 떠나기 전 그의 등을 토닥여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했다.


 "아버지... 이제 됐어요. 제가 구해 드릴께요, 지금 구해 드리러 갑니다!"


 기뻐하며 왔던 길을 되짚어가는 그의 눈에 길 위에 떨어진 붉은 돌가루의 빛이 일렁일렁 흔들렸다.

 아직 새해가 지나지 않은 초저녁이었다.



.

삽입된 사진들은 "실제로"  제가 야생을 즐기다 발견한 맵에서 찍었고,

연출이 들어간 것은 오직 손 안의 황금 사과와 이글루, 그리고 스티브 스킨 뿐이랍니다 :D

마무리로 보너스 B컷 대 방출! 하고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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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원하는 이글루를 못 찾아 통째로 뜯어다 옮기고 있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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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황금 사과 연출을 위해 고민하는 사진) 사실 저 상자 안에 다이아몬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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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 셀카? XD)




2개의 댓글

허두
2021.02.16

일단 5만원은 물건너갔고... 치킨이라도......

세리시아
2021.02.16
@허두

세배 챌린지 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