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맞는 말입니다.

채팅을 검열하고 모든 서버에 대해 밴을 하는 것 모두 애시당초 그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도 마음만 먹으면 그런 조치를 취하는 것은 가능했죠.

하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밴 제도가 실효성을 가지는 이유는 애시당초 개개인이 자유로이 만든 서버들이 모장의 정책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고

모장의 서버 인증 절차를 준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최근 들은 한 서버의 소식입니다.

R-18 맵아트를 만드는 서버인데, 미성년자에게 접근을 허락하지도 않았고 엄격한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으며 커뮤니티 역시 잘 결속되어 내부적인 분쟁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모장이 그 서버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였고 그들은 성명을 내었죠.

2b2t처럼 대놓고 성적 모욕과 신상 유포가 오가는 서버는 7년째 손 놓고 있지 않느냐면서요.

결국 그들은 - 개발자가 아닌 입장에서 정확하게 방식을 이해하진 못했습니다만 - 모종의 꼼수를 사용하여 그 서버에 사람들을 다시 모으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세 가지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채팅 밴으로 인해 유저층을 잃어야 하는 자유도 기반의 서버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모장이라는 구속에서 벗어나 버릴 수 있단 점이고

대규모 서버에 대해서는, 눈치를 보느라 모장이 굳이 밴까지는 때리지 않거나, 때리더라도 한 번에 처리하지 않고 일부러 지연할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으며 (자기 소유이니 마음대로 한다면, 하지 않는 것도 마음대로겠죠.)

위 두 가지를 종합하면 모장이라는 기업 자체의 서버 API를, 분명 명시적인 문제는 없지만 신뢰할 수도 없고 불편하기만 한, 옛날 익스플로러 시절의 악성툴바 같은 존재로 인지하게 될 가능성도 결국은 농후하단 겁니다.

본래 규칙이란 것은 일부가 깨기 시작하면, 그리고 그것이 방치되면 도미노처럼 퍼져나갑니다.

진작에도 대규모 서버의 밴을 우회하기 위해 알트가 판치고 있었습니다. 물론 정상적 서버라면 이를 막겠지만, 자신의 유저가 무고하게 전 서버 밴을 당했다고 여기는 어드민이라면 직권으로 해당 알트의 출입을 승인할 수 있겠죠.

아니면 아예 서버 자체를 모장 서버 API가 아닌, 하마치 등의 프리서버로 열던가요.

대규모 서버 같은 경우에 모장이 마음먹고 대규모로 밴한 인원이, 해당 서버에 심각한 손실을 끼쳤다면, (단순히 금전적 측면뿐만이 아닙니다. 서버를 여는 목적은 금전에만 있지 않습니다.) 그쪽도 마음먹고 모장에 대해 민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어느 쪽이 되었건, 게임이 정상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마인크래프트가 인기 상용 게임들처럼 공식 서버가 있고 그 서버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면 일부 위반자들의 프리서버 홍보는 유저들 대상으로 아무 관심을 끌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마인크래프트는 수천 수만 개의 서버가 있고 그 중 어느 하나도 공식이 아닙니다. 어떠한 서버를 가도 그 서버의 플레이어층이 마인크래프트 유저 전체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즉 특정 서버가 모장 정책을 준수한다고 하면, 이에 반대하고 서버를 접을 작정인 사람들은, 다른 프리서버를 가면 그만이라는 것이죠. 오히려 그런 류의 서버가 더 흥할 수도 있고요.

마인크래프트가 알트나 계정 거래를 명백하게 잘 잡고 있다고 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이 조치는 사실상 정직한 이들만 피해를 보는 조치일 겁니다.

규칙을 어기는 게 잘하는 일이고 자랑이냐고요?

강제할 힘도, 타협의 여지도 없는 규칙은 빈 총을 들고 협박하는 것에 불과합니다.